블루힐 - 푸른 언덕의 기사


 힌치 가(街)는 기사단령에서도 가장 후미진 뒷골목이다. 물론 '기사단령'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곳은 블루힐 지방의 다른 도시들처럼 한량이나 소매치기, 사기꾼들이 창관(娼館), 도박장, 싸구려 주점과 뒤섞여 굴러다니는 그런 뒷골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기사단령의 다른 곳에 비해 도로가 좁고, 집이 낡고, 조금 더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소일 뿐이다. 비록 후미지고 지저분한 거리지만 도로에는 견습기사들이 관리하는 횃대가 일정 거리마다 놓여있어 어둠을 밝혔고, 첫 별이 뜨는 시간까지도 아이들이 조악한 나무칼을 들고 뛰어다녔다. 

 "이 미스트야드의 야만인아! 나의 검을 받아라!"

 "씨이, 나쁜놈아! 오늘은 내가 기사한다고 했잖아!"
 
초승달이 어슴푸레한 구름에 잠겨 잠을 자는 사이 드문드문 보이는 별들만이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놀이를 내려다보며 반짝였다. 그희미한 별빛을 받으며 사내 하나가 힌치 가의 골목으로 걸어들어왔다. 짙은 감색의 두건을 푹 눌러쓴 사내는 온 몸이 긴 외투자락에 가려 무릎높이까지 올라온 가죽장화를 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낮이었다면 머리까지 눌러쓴 두건의 그림자 사이로 턱이라도 드러났을테지만, 별이 뜨고 달이 잠든 어두운 밤에는 두건 안쪽이 마치 보자기를 둘러쓴 이야기속의 유령처럼 스산해 보이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사내의 등장에 아이들은 잠깐 주의를 기울였지만 놀이에 한창 흥을 올린 아이들은 곧 사내에게 흥미를 잃어버렸다. 사내는 아이들이 전장을 지나쳐 좀 더 좁은 골목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몇 번쯤 골목이 꺽어지는 길을 돌아, 후드를 쓴 사내는 작은 집 앞에 멈추었다. 굵직한 참나무로 기둥을 삼고 벽돌과 회반죽으로 벽을 올린 작은 이층짜리 건물이었다. 그 벽돌집은 낡아서 회반죽이 떨어지고 벽돌이 깨진 곳에는 넝쿨이 자라나 있었다. 사내는 잠깐 현관에 서서 숨을 돌리다가 조심스럽게 나무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선 사내는 곧바로 2층으로 가는 계단을 밟았다. 계단의 폭은 무척 좁아서 체구가 그리 크지 않은 사내 한 명으로도 꽉 찰 정도였다. 습기를 머금어 곳곳이 비틀어진 계단은 사내가 밟고 올라갈때마다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사내가 막 2층에 도달했을때, 발소리를 들었는지 계단 옆의 방문이 열리며 검은 머리칼의 예쁘장한 소년 한 명이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소년은 사내를 보자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아, 왔어?"

"그래."

"뭘 또 칙칙하게 잔뜩 뒤집어쓰고 다녀. 밤이니까 유령놀이라도 하게?"

소년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사내는 한숨을 쉬며 후드를 벗었다. 후드 안에 드러난 얼굴은, 아직 앳된 소년티가 남아있는 어린 청년이었다. 방 안에서 나온 소년보다 서너살 정도 많은 정도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옅은 갈색 머리카락을 머리뒤로 돌려서 가볍게 묶었고, 후드 안에는 물소가죽을 무두질해 만든 검은색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청년의 이목구비는 뚜렷하지만 얼굴선이 갸름하고 눈꼬리가 약간 내려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무척이나 온화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청년은 어깨에 맺힌 밤이슬을 털어내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잘 지냈어, 어윈?"

"이런, 진. 뭘 세삼스레. 하루만에 큰 일이라도 날까봐."

"뭐, 넌 황야에 던져둬도 늑대랑 친구먹을 녀석이니까."

"칭찬은 고마운데 아직 그정도까진 아냐. 앞으로 노력해볼게. 그런데 늑대가 먹이를 나눠줄 정도면 되는거야?"

소년은 쿡쿡 거리며 웃었고 청년, 진 역시 미소지으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하지만 채 앉기 전에 소년이 발로 침대에 닿으려는 청년의 엉덩이를 슥 밀어냈다. 그 때문에 넘어질뻔한 청년은 소년을 쏘아보았지만 소년은 천연덕스럽게 청년의 로브를 손으로 가리켰다. 

"앉으려면 외투라도 벗어. 너 말야, 밤이슬 투성이인데 이불 다 젖는다고."

청년, 진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소년에게 투덜거리는 대신 얌전히 외투를 벗어서 침대 옆의 의자등걸에 던져두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by chobomage | 2009/11/26 00:58 | ◆PUB◆ 자작소설방 | 트랙백 | 덧글(0)

보드게임 / 도깨비장기


장기를 조금 재미있게 바꿔볼까 싶어서 일반장기의 명칭과 행마를 약간 다르게 만들어 보았다.
대부분은 일반장기와 비슷하지만, 몇 개는 다른 부분이 있어서 약간 전략성이 가미되어다고 할까 말까...

<전체 개념>
1. 이승 - 일반장기판을 그대로 사용하여, 장기판 위를 이승이라 칭한다.
2. 무덤 - 장기 말이 죽었을 경우 장기 말을 두는 곳. 
3. 저승 - 구미호로 둔갑을 사용하였을 경우, 무덤의 말이 저승으로 이동. 저승으로 이동한 말은 그 판이 끝나기 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사용할 수 없다. 무덤은 아군, 적군이 따로지만 저승은 하나로, 아군, 적군 패 모두가 한 곳에 이동한다.



1. 졸(卒), 병(兵) -> 도깨비(怪) - 앞면[도깨비(怪)] /  뒷면[도깨비불(燐)] 
행마 - 앞, 혹은 좌우로 한 칸. 뒤로는 못간다. 여기까지는 일반장기의 졸, 병과 같다. 단, 도깨비가 살아서 적의 진영 끝까지 올라간 경우, 플레이어는 자신의 도깨비를 뒤집어 도깨비불로 바꿀수 있다. 이 행위를 환패(換牌)라 칭한다. 환패하여 도깨비불이 된 경우, 행마는 전,후,좌,우,대각선 어디로든 한 칸씩 움직일 수 있다. 
                     도깨비                                                                                      도깨비불

 













2. 마(馬) ->
구미호(狐)
행마 - 일반장기의 마와 동일. 단, 아군 무덤에 도깨비가 1개 이상 있을 경우 해당 말을 저승으로 보낸다. 그 경우, 상대의 무덤에 있는 말 중 하나의 행마를 선택해 원래 구미호의 행마를 대신하여 한 번 움직일 수 있다. 이를 둔갑(遁甲)이라 칭한다. 단, 환패의 행마는 복사할 수 없다(즉 상대의 무덤에 도깨비패나 이무기패가 있다고 해서 도깨비불이나 용의 행마로 이동할 수는 없다.) 

                                                                   구미호

3. 차(車) -> 호랑이(虎)
행마 - 직선으로 1칸~8칸 이내. 호랑이가 상대의 말을 잡았을 경우, 아군의 무덤에 도깨비가 한 개 이상 있다면 그 도깨비를 가져와 도깨비불 상태로 호랑이말 위에 얹는다. 이 패는 창귀(倀鬼)라 칭한다.(호랑이패 위에 창귀패는 최대 1개까지만 얹을 수 있다.) 이 상태의 호랑이패를 귀호(鬼虎)라 칭한다. 귀호가 되면 플레이어는 귀호를 움직이는 대신 귀호가 있는 위치의 전,후,좌,우 대각선 중 한곳으로 창귀를 내려놓을 수 있다. 내려진 순간 창귀패는 도깨비불로 취급한다.
                                                                      호랑이


4. 상(象) -> 이무기 - 앞면[이무기(蛇)] / 뒷면 [용(龍)]

.................붉은쪽이 적룡(赤龍), 푸른쪽이 청룡(靑龍)


행마 - 일반장기의 상의 행마와 같다. 단, 이승에 이무기가 1개만 남았을 경우 그 이무기의 주인은 이무기를 환패하여 용으로 만들수 있다. 이때 무덤의 이무기 3개는 모두 저승으로 보낸다. 용은 대각선으로 자유롭게 3칸 이동할 수 있다. 단, 한번 갔던 대각선으로 돌아갈수는 없다. 
                    이무기














 
                        적룡                                                                                       청룡
















5. 포(包) -> 귀신(鬼)

행마 - 일반장기의 포와 같다. 단, 상대의 말 중 호랑이 위에 창귀가 얹어져 있는 상태라면, 그 말을  뛰어넘을 수 없다.(잡을 수는 있다)
                                                                       귀신

6. 사(士) -> 붉은 쪽이 저승사자(冥), 푸른 쪽이 신선(仙) 
행마 - 일반장기의 사와 같다.  
                  저승사자                                                                                        신선















7. 왕(王) -> 붉은 쪽이 염라(閻羅), 푸른 쪽이 옥황(玉皇)
 
행마 - 일반장기의 왕과 같다. 
                      염라                                                                                            옥황















***
 
일반장기에서는 보통 붉은색인 한(漢)이 후수를 두고, 푸른색인 초(楚)가 선수를 잡는데 도깨비장기에서는 반대다.
염라가 선수이고, 옥황이 후수다. 즉, 고수가 청색인 옥황을 잡고, 후수를 둔다.(이 부분은 공식룰은 아니다)

패의 이름은 대부분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로 구성했다. 귀신, 도깨비, 호랑이, 구미호(여우), 저승사자, 신선, 최후에는 염라대왕과 옥황상제까지 등장.

도깨비가 도깨비불로 바뀌면서 후방이동이 가능해지는 설정은 체스에서 따왔다. 체스에서는 폰이 진영 끝에 도착하면 뒤로 가지는걸로 아는데..?(도깨비장기에서는 대각선까지 가진다! 왜? 둥둥 떠서 날아다니니깐)

이무기가 용이 되는 것을 게임상으로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하나만 남으면 되는걸로 하기로 했다. 일반장기에서 상은 행마가 널찍하기 때문에 진용잡기가 힘들어 초반에 졸을 먹고 자폭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이걸 용으로 만들면 상을 아껴야 하는(살려야 하는)상황이 재밌을거 같아서 만들었다. 대각선으로 무려 3칸씩이나 자유롭게 움직이는 용의 행마는 막강한 것이기 떄문.
 
그 외의 창귀 같은 경우는,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으면 혼이 성불하지 못하고 호랑이 꼬리에 봉인되어 창귀가 된다는 전설에서 그대로 채용, 이 상태의 호랑이는 귀호(鬼虎)가 되기때문이 귀신이 뛰어넘지 못한다는 설정이다.

근데 이거 각진영 대장이 옥황상제랑 염라대왕이면(원래 도교적으로는 염라가 옥황보다 훠어어어얼씬 아래지만) 게임 이름은
도깨비장기가 아니라 천계대전이라고 지어야되는거 아닌가 -_-;


뭔가 복잡하군...! 나중에 시간날때 종이로 한자 프린트해서 실제로 한번 해봐야겠다...

의외로 재밌을지도? 
 



이미지 출처 : 판타지마스터즈(www.fantasymasters.co.kr)

by chobomage | 2009/11/20 21:44 | ◇PUB◇ 자유게시판 | 트랙백 | 덧글(0)

오랜만의 포스팅~ 요즘 재미있는 애니들.


요즈 재미있게 보는 애니 1

<어떤 과학의 츤데레포 초전자포>
왜인지 모르지만 <금서목록>의 외전인 주제에 왠지 더 재미있다?!

시도때도 없이 레일건으로 학원도시를 박살내는 일렉트로 마스터 미사카 마코토.
(마코토인지 미코토인지 헷갈린다; 에라 몰라) 
쿠로코의 캐치프라이즈인 '학원도시 230만의 정점, 7명의 레벨 5중 제 3위, 토키와다이 중학교가 자랑하는
최강무적의 전격공주'인 이 폭력 중학생은 츤츤거리지만 평소에는 털털한 성격으로 실제로 애니에서도 4인방의
맡언니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가끔(아니 사실은 자주) 변태 룸메이트 쿠로코가 기어오르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매화 쿠로코에게 능욕(?)당하는 경우가...

사실 텔레포터인 시라이 쿠로코의 능력은 어떤 의미에서 무적에 가깝다. 어떤 마법의 금서목록에서 학원도시
능력자 최강인 엑셀러레이터(가속자)도 사실 쿠로코가 뇌 속으로 철침 텔레포트 시키면 일격사 아님? 걔는 설정
상 피부에 닿는 벡터를 바꾼다며?
어차피 텔레포트는 피부를 통하지 않고 바로 뇌속으로 직행할텐데.

이 짤방, 묘하게 미사카가 아저씨 포스를 풍긴다. 소주 한잔 걸치고 오징어 다리 뜯는 그 표정이랑 매치되는건
나 뿐인가?

어쨌든 계속 기대중. 오프닝곡도 좋다. Only My Railgun. 듣고 싶으면 네이버 검색. 풀버젼 다운로드 받는데가
한두군데가 아니더라. 저작권법 무섭지 않은가봐. 난 좋지.  



요즘 재미있게 보는 애니 2

성검의 블랙스미스
(혹은 성검의 도공)

짤방은 히로인(이라기엔 루크 빼고 여자가 둘이나 더 있어서 좀 애매하기도 하지만) 세실리 캠벨.
그래도 일단 인간이니까 가장 히로인에 가깝다. (리사는 대장용 망치고 아리아는 칼이니까...)

세실리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실력은 없지만 배짱과 각오가 실력을 커버하는 여기사.
하지만 그래도 보기 싫지 않은건 자기 실력을 자각하고 끝없이 노력하는 '근본부터 짜증날
정도로 성실한-작중 아리아 왈' 고지식한 성격때문. 노력하는 자는 남자든 여자든 보기 좋지 않은가? 

기사라는 신분 때문인지 말투가 묘하게 고어체다. 고어(gore)가 아니라 고어(古語). 예법을 갖춘
옛날식 말투랄까. 예를 들자면 '뭐뭐 할 필요가 있는것 같아!'가 아니라 '뭐뭐 할 필요가 있는것 같구나!'라는
식.

아마도 부친을 잃고 어린나이에 기사가문인 켐벨가를 이끌게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했기 때문인듯 하다.
하지만 묘하게 매치가 잘된다. 

아무튼 평생 일을 하겠다느니 어쩌니 하는 공수표를 남발하며 적절한 때마다 맘껏 루크를 부려먹기
때문에 위기에 처해도 아직까지 무사함. 4화에서는 '나의 전우가 되게!'라는 특유의 말빨로 마검인
아리아마저 설득해 사실상 소유, 돈도 없으면서 비싼 마검을 꿀꺽했다.

그러고도 아직 루크의 카타나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않은듯.

처음 봤을때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의 미사카랑 이미지가 묘하게 겹친다.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이글루 애니밸리에 이에 관련된 글도 올라온걸 봐서는 의외로 비슷한듯. 난 작화가가 같은 줄 알았다.
(목 위쪽으로 비슷함)

다만 슴가 차이가.. 아아...







요즘 재미있게 보는 애니 3

페어리 테일(요정의 꼬리)

작가 특유의 작명센스가 여실히 드러나는 제목.

솔직히 엄청난 고퀄작화를 자랑하는 위의 두 애니와달리 작화가 영 아니다. 작화로 보면 재미없는 애니이나
원래 원작 자체가 괜찮아서 개그와 스토리로 보는 애니. 다만 평소 대강대강이다가 특정 부분에서
(중요한 부분도 아닌데) 난데없이 랜덤으로 작화수준이 갑자기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짤방은 꽤 작화가 괜찮아 보이지? 저것도 그런 부분. 들쭉날쭉하다.

뭐 나름 워낙 원작이 유명하다 보니 별로 설명할게 없다. 아직은 원작대로 가는 중. 아마 중간에 달라지겠지...
파란 고양이 해피의 목소리가 귀엽다.

흔히 판타지물에 있는
'별 쓸모없지만 왠지 마스코트가 필요할거 같아서 억지로 귀엽게 만들어서 집어넣은,
 전투력은 없지만 왠지 주인공이 최강보스랑 싸워도 옆에서 알랑대면서 절대 죽거나 다치지
 않는 왠지 고양이가 압도적으로 많은 감초역할 쪼매난 놈'의
전형이긴 한데, 그래도 일단 '비행'이 가능해서 나츠를 구해주기도 한다.

몬콜, 드래곤로어의 작가인 이토 세이 씨의 좌우명 '밥값 못하는 마스코트는 아무리 귀여운척해도
필요없어 억지로라도 밥값을 하라구!'의 입장에서 보면 나름 밥값을 하고 있다.

작붕만 조심한다면 앞으로가 기대되는 애니.

by chobomage | 2009/11/06 10:40 | ◇PUB◇ 자유게시판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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