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포스팅~ 요즘 재미있는 애니들.


요즈 재미있게 보는 애니 1

<어떤 과학의 츤데레포 초전자포>
왜인지 모르지만 <금서목록>의 외전인 주제에 왠지 더 재미있다?!

시도때도 없이 레일건으로 학원도시를 박살내는 일렉트로 마스터 미사카 마코토.
(마코토인지 미코토인지 헷갈린다; 에라 몰라) 
쿠로코의 캐치프라이즈인 '학원도시 230만의 정점, 7명의 레벨 5중 제 3위, 토키와다이 중학교가 자랑하는
최강무적의 전격공주'인 이 폭력 중학생은 츤츤거리지만 평소에는 털털한 성격으로 실제로 애니에서도 4인방의
맡언니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가끔(아니 사실은 자주) 변태 룸메이트 쿠로코가 기어오르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매화 쿠로코에게 능욕(?)당하는 경우가...

사실 텔레포터인 시라이 쿠로코의 능력은 어떤 의미에서 무적에 가깝다. 어떤 마법의 금서목록에서 학원도시
능력자 최강인 엑셀러레이터(가속자)도 사실 쿠로코가 뇌 속으로 철침 텔레포트 시키면 일격사 아님? 걔는 설정
상 피부에 닿는 벡터를 바꾼다며?
어차피 텔레포트는 피부를 통하지 않고 바로 뇌속으로 직행할텐데.

이 짤방, 묘하게 미사카가 아저씨 포스를 풍긴다. 소주 한잔 걸치고 오징어 다리 뜯는 그 표정이랑 매치되는건
나 뿐인가?

어쨌든 계속 기대중. 오프닝곡도 좋다. Only My Railgun. 듣고 싶으면 네이버 검색. 풀버젼 다운로드 받는데가
한두군데가 아니더라. 저작권법 무섭지 않은가봐. 난 좋지.  



요즘 재미있게 보는 애니 2

성검의 블랙스미스
(혹은 성검의 도공)

짤방은 히로인(이라기엔 루크 빼고 여자가 둘이나 더 있어서 좀 애매하기도 하지만) 세실리 캠벨.
그래도 일단 인간이니까 가장 히로인에 가깝다. (리사는 대장용 망치고 아리아는 칼이니까...)

세실리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실력은 없지만 배짱과 각오가 실력을 커버하는 여기사.
하지만 그래도 보기 싫지 않은건 자기 실력을 자각하고 끝없이 노력하는 '근본부터 짜증날
정도로 성실한-작중 아리아 왈' 고지식한 성격때문. 노력하는 자는 남자든 여자든 보기 좋지 않은가? 

기사라는 신분 때문인지 말투가 묘하게 고어체다. 고어(gore)가 아니라 고어(古語). 예법을 갖춘
옛날식 말투랄까. 예를 들자면 '뭐뭐 할 필요가 있는것 같아!'가 아니라 '뭐뭐 할 필요가 있는것 같구나!'라는
식.

아마도 부친을 잃고 어린나이에 기사가문인 켐벨가를 이끌게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했기 때문인듯 하다.
하지만 묘하게 매치가 잘된다. 

아무튼 평생 일을 하겠다느니 어쩌니 하는 공수표를 남발하며 적절한 때마다 맘껏 루크를 부려먹기
때문에 위기에 처해도 아직까지 무사함. 4화에서는 '나의 전우가 되게!'라는 특유의 말빨로 마검인
아리아마저 설득해 사실상 소유, 돈도 없으면서 비싼 마검을 꿀꺽했다.

그러고도 아직 루크의 카타나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않은듯.

처음 봤을때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의 미사카랑 이미지가 묘하게 겹친다.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이글루 애니밸리에 이에 관련된 글도 올라온걸 봐서는 의외로 비슷한듯. 난 작화가가 같은 줄 알았다.
(목 위쪽으로 비슷함)

다만 슴가 차이가.. 아아...







요즘 재미있게 보는 애니 3

페어리 테일(요정의 꼬리)

작가 특유의 작명센스가 여실히 드러나는 제목.

솔직히 엄청난 고퀄작화를 자랑하는 위의 두 애니와달리 작화가 영 아니다. 작화로 보면 재미없는 애니이나
원래 원작 자체가 괜찮아서 개그와 스토리로 보는 애니. 다만 평소 대강대강이다가 특정 부분에서
(중요한 부분도 아닌데) 난데없이 랜덤으로 작화수준이 갑자기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짤방은 꽤 작화가 괜찮아 보이지? 저것도 그런 부분. 들쭉날쭉하다.

뭐 나름 워낙 원작이 유명하다 보니 별로 설명할게 없다. 아직은 원작대로 가는 중. 아마 중간에 달라지겠지...
파란 고양이 해피의 목소리가 귀엽다.

흔히 판타지물에 있는
'별 쓸모없지만 왠지 마스코트가 필요할거 같아서 억지로 귀엽게 만들어서 집어넣은,
 전투력은 없지만 왠지 주인공이 최강보스랑 싸워도 옆에서 알랑대면서 절대 죽거나 다치지
 않는 왠지 고양이가 압도적으로 많은 감초역할 쪼매난 놈'의
전형이긴 한데, 그래도 일단 '비행'이 가능해서 나츠를 구해주기도 한다.

몬콜, 드래곤로어의 작가인 이토 세이 씨의 좌우명 '밥값 못하는 마스코트는 아무리 귀여운척해도
필요없어 억지로라도 밥값을 하라구!'의 입장에서 보면 나름 밥값을 하고 있다.

작붕만 조심한다면 앞으로가 기대되는 애니.

by chobomage | 2009/11/06 10:40 | ◇PUB◇ 자유게시판 | 트랙백 | 덧글(9)

인성 과제

21세기 인성교육의 필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은?

인성교육이란 사실 상당히 광범위한 표현이다. 인성의 개념에 대한 정의나, 인성교육의 필요성과 그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도 논쟁의 소지가 있다. 일단 인성이란 무엇인가, 인성교육은 인성+교육인가, 아니면 인성교육인가? 그리고 인성이란 것을 인위적인 교육으로 가르칠 수 있는가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간단한 해답이 존재하지 않으며, 많은 논의와 연구가 병행되어야 하는 문제들이다. 또한 그러한 노력이 따른다고 가정해 보더라도, 그에 합당한 결말-학자들간의 포괄적인 동의 등-을 도출해 낼 수 있을것이라는 확신은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지나치게 학술적이고 원론적인 부분보다는 보편적인 상식선에서 인성교육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21세기 인성교육의 필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 효율적인 논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인성교육을 논하기 위해서는 이 단어의 개념에 대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인성교육은 '인성'이란 단어과 '교육'이란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인성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 말하자면 사람의 성품이다. 또는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에 따른 행동의 특성이라 하겠다. 여기에 대중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개념을 더해 본다면, 인성이란 인간만이 가지는 특질로서, 개인의 가치, 신념, 기호, 감정과, 그 개인이 포함된 사회에서 용인되는 여러가지 도덕적, 관습적 잣대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형성된 어떠한 정신적 방향성이 구체적인, 그리고 일관된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교육은 정범모 선생의 조작적인 정의에 따라 '계획적인 인간행동의 변화'로 정의해 보면, 인성교육이란 '계획적인 인성의 변화 또는 형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계획적이란 것은 의도된, 그리고 어떠한 명확한 기준을 가진이란 의미이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인성교육은 어떠한 것이 되어야 하는가?  21세기는 과거와는 달리 국제화, 정보화로 인해 다양한 문화가 가치가 맞부딪히는 경쟁과 교류의 장이 되었다. 또한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도 많이 바뀌었고, 사회가 기대하는 인간상에 대한 기준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따라서 외면적인 면에서는 과거에 일반적으로 기대되었던 가부장적인 남성관, 현모양처적인 여성관에 따른 인성이 아닌, 창의적이고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 다면적인 기준을 가진 인성교육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또한 내면적으로는 자아존중감이 높고 스스로의 신념과 꿈에 자긍심을 가지고 자신을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폭넓은 인성을 요구받게 되었다. 사실 여러가지 기준은 이전과는 달라졌을지언정 포괄적으로 추구하는 인성이나 예나 지금이나 '전인적(全人的) 인간'임에는 변함이 없다. 위에서 제시한 외면적, 내면적 요건들도 결국 그러한 전인적 인간관에 의거한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단순히 모든 것을 취하는 명분적인 교육이 아닌, 21세기의 보편적인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이를 개선하는 방향에서 인성교육을 추구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가령 이전에는 있었으되 현대사회에서 대부분 사라진 전통적인 가치인 '정(情)'의 인성을 들 수 있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친절, 타인에 대한 배려, 인심(人心) 등으로 표현되는 이러한 정신적인 부분은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특징으로서 지금에 와서도 권장되는 보편적인 사회적 인성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전인적인, 즉 신체적, 정신적으로 균형잡힌 정신과 인간적인 따뜻함을 포함하는 인성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지식중심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인성형성을 위해서는 실천적인 노작교육(勞作敎育)이 일부라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이오덕 선생이 주장한 참교육과도 관련되는 부분인데,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의 주입만이 아닌, 실제로 일을 해보는 과정에서 자신이 아닌 타인과 함께 하는 협동의 중요성을 깨치고 직접 체험을 통해 노동의 중요함과 사물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겠다. 머리로 아는 지식, 간접적으로만 아는 지식으로는 직접 체험하는 경험을 능가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전쟁에 직접 나가본 사람이 아는 전쟁의 참혹함과 비참함은, 단순히 매체로 그것을 접한 사람의 그것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것과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인성교육의 개념과 21세기에 필요한 인성교육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것, 그리고 그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하여 간단히 알아보았다. 한 시대에 머무르는 공시적인 인성교육이 아닌, 시대를 막론하고 통시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성교육이란 결국은 보편적이고 영구불변한 가치를 가진 것들, 말하자면 사랑, 믿음, 신뢰와 같은 정신적인 요소들을 바탕으로 하게 마련이다. 이는 시대가 변하고 문물이 바뀌어도 결국은 인간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절대적인 가치들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21세기의 인성교육 역시 이러한 가치들을 소중히 함으로서만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by chobomage | 2009/11/03 13:57 | ◇PUB◇ 자유게시판 | 트랙백 | 덧글(0)

[늑대와향신료 팬픽] 호로의 여행기(1)


(1)


소년은 녹음이 우거진 나무 아래에 누워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티없이 맑은 푸른 하늘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다. 건강하게 자란 갈색의 나뭇가지도, 아직 아침이슬을 머금고 있는 싱싱한 잎사귀들도, 그리고 푸른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동글동글한 양털구름들도 모두 눈부시게 아름답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시도 나름대로 싫진 않지만 이렇게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이라곤 한 명 찾을 수 없는 초원 한복판에서라면 또 다른 흥취가 있다. 마음 한 구석이 아릿해지면서도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울리는 두근거리는 느낌. 오직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한다는 외로움과, 아직 내가 모르는 곳이 잔뜩 남아있다는 즐거움. 이것이야말로 오래도록 여행을 계속 하게 되는 이유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잠시 눈을 감고 볼을 간질거리는 산들바람을 즐기던 소년은 풀이 밟히는 소리에 눈을 떴다. 무슨 기척일까? 걸음소리다. 이 주변은 온통 초원이라 짧은 풀들이 지천에 널려 있어서 주위로 누군가가 다가오면 금세 알 수 있다. 혼자만의 시간이 깨어졌다. 소년은 아쉬움이 담긴 한숨을 쉬고는 두 팔로 땅을 딛고 상체를 일으켰다.

 

언덕 위로 작은 체구의 소녀가 올라오고 있었다. 등에는 그리 크지 않은 짐을 지고, 복장은 여행자의 그것이라 보기에는 조금 가벼워보인다. 쪽빛의 긴팔 상의에 검은색 케이프를 걸치고, 여행자용으로 보이는 가죽바지 위로는 허리에서부터 묶어놓은 로브가 흘러내려 치마처럼 가리고 있다.

머리카락은 질 좋은 아마 같은 윤기 있는 색으로, 무척 길어서 허리까지 내려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아직 거리가 꽤 있어서 확실하게 보이진 않지만, 복장 뿐 아니라 이목구비 또한 무척이나 예쁜 소녀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소년과 비슷한 정도일까. 하지만 전체적인 모습이 무언가 소년의 시야에는 어색하게 보인다. 왜 그럴까? 잠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소년은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소녀의 머리 위로는 마치 짐승의 그것과 같은 귀가 나 있었고, 바지 뒤로는 끝만 흰색인 갈색의 긴 꼬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잠시 뒤, 언덕을 다 올라온 소녀의 시선이 소년과 마주쳤다. 예쁜 눈이다. 눈동자의 색은 잘 익은 개암열매처럼 깊이 있는 붉은빛이다. 소녀는 무덤덤하게 시선을 받는 소년을 보고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인사했다.



"여어."


처음 보는 것치고는 꽤나 격식 없는 인사다. 하지만 여행자와 여행자가 마주친다면, 딱히 정해진 인사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음."


  소년의 입에서 나온 것은 소녀가 한 것보다 더 의미가 없는 신음이었다. 상대는 아무래도 사람이 아닌듯 싶었고, 그래서 인간 식 인사를 해야 할까 말까를 망설이는 바람에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곳 아무래도 어떻냐는 심정이 되어버린 소년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만나서 반가워. 그쪽도 여행자인가?"


"그런 셈이야. 그쪽'도'라고 말하는 걸 보니 그쪽도 여행자겠지?"


소녀가 의도적으로 '그쪽도'를 두 번이나 말하는 걸 듣고 소년은 피식 웃었다.


"그래."


소녀는 씩 웃으며 소년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활기차게 기지개를 펴며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보고 감탄했다.


"우읏, 뭐야. 여기 경치가 꽤 좋잖아. 운치가 있는걸!"


"파란디스 초원에는 넓은데다 길이 없어서 여행자들이 방향을 잃기 쉬워. 그래서 유일하게 있는 이 언덕과 커다란 참나무가 이정표가 되지. 여기라면 초원 어디에서라도 보이니까."


소녀는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쿠후, 그래서 꼭 여행자들은 여기서 만나게 되는군?"


특이한 웃음소리였다. 하지만 묘하게 듣기 싫진 않았다.


"맞아."


아무래도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소녀지만, 자신에게 해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게 소년의 신념이었으므로, 소년은 다시 한껏 느긋해지기로 했다. 소년은 참나무의 둥치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잎사귀들이 만들어내는 그늘이 소년과 소녀의 몸 위로 드리워져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었다.


"난 호로. 네 이름은?"


갑자기 낭랑한 목소리가 바로 귀 옆에서 들려왔다. 소년이 눈을 뜨자 자신을 호로라고 밝힌 소녀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소년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다. 소년이 똑바로 바라보자 소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굉장히 예쁘다. 여행자라고 하기엔 피부도 놀랄만큼 고왔고, 생기 있는 입술이나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목선도 매혹적일 정도로 수려하다. 어느 지방의 귀족 아가씨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머리카락 위로 쭈뼛 솟은 두 귀가 움찔거리는 게 낯설면서도 신기할 정도로 소녀와 잘 어울렸다.


"진. 이 지방 발음으로는 이안이지만, 난 이쪽이 더 마음에 드니까 그렇게 불러줘."


"진이라. 참 특이한 수컷이네."


소녀는 아주 특이한 걸 본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 사람들은 남자아이를 가리킬 때 '수컷'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소년은 태연히 되물었다.


"어떤 점이?"


"날 보고도 놀라지 않는 점."


"그리고 당신은 인간이냐? 라고 묻지 않는 점?"


"뭐 그것도 그렇지만."


이번에는 금세 불만족스러운 얼굴이 된다. 표정의 변화가 많은 소녀다. 소년은 쿡쿡거리며 웃고는 배낭을 뒤적여 작은 주머니를 꺼내 입구를 풀고는 소녀에게 내밀었다. 주머니에서 달콤한 냄새가 풍기자 소녀의 귀가 쫑긋했다.


"괜찮다면 하나 먹을래?"


"이건?"


"꿀과자. 이 지방에서는 만들지 않는 남쪽지방 특산품."


'꿀'이란 소리에 소녀의 눈이 반짝 빛났다. 어느새 꿀과자를 주머니째로 가져간 소녀는 멋대로 안에서 동글동글한 꿀과자 세 개를 한꺼번에 꺼내 입안에 집어넣고는 우물거리며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 맜잇어..."


열심히 작은 입을 오물거리던 소녀의 귀가 파르르 떨리며 축 쳐졌다. 꼬리도 기분 좋은 듯 활기차게 흔들렸다. 표정도 풀릴 대로 풀어진 게, 흐물흐물해져서 툭 건드리면 녹아버릴 정도다. 그 후로도 꿀과자를 두 세 개는 더 집어먹은 소녀는, 더 먹고는 싶지만 차마 그렇게까지 하긴 힘들어 돌려준다는 표정으로 남은 과자가 든 주머니를 소년에게 건냈다. 소년은 소녀가 과자를 반 정도 비워버려도 전혀 기분이 상한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미안한지 소녀가 은근히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고마워. 엄청나게 맛있었어. 그거, 비싼 거야?"


"이 지방에선 아예 만들지 않으니까. 남쪽 지방의 화폐는 또 여기하고 다르거든.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트레니 은화 1개에 꿀과자 두 개 정도를 살 수 있을 거야."


트레니 은화는 이 지방에서 거래되는 수많은 화폐 중에서도 요즘 들어 가장 신뢰도가 높은 화폐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은화 중 하나였다. 사실, 트레니 은화 한 개면 여행자 한 명이 일주일은 먹을 건량을 살 수 있는 걸 감안하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싼 과자였다. 소녀도 그걸 알고 있었는지 경악하는 표정이다.


"그렇게나 비싸?"


소년은 주머니에서 꿀과자 한 개를 꺼내 반으로 갈랐다. 그러자 과자 안에 꿀을 듬뿍 바른 새카만 색의 덩어리가 들어있었다. 소년은 그걸 소녀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초콜릿이라고 남쪽에서도 더 남쪽으로만 가야 생산되는 특산품이거든. 과자나 꿀이 비싸기보다는 이 녀석이 비싼 거겠지."

그리고 친절하게도 반으로 가른 꿀과자 전부를 소녀에게 건네주었다. 소녀는 미안한 듯이 그걸 받았지만 주저하지도 않고 곧 입에 털어 넣고는 꼬리를 부르르 떨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소년은 그 모습에 기분 좋게 웃었다.


"단 걸 엄청 좋아하네?"


"으응. 너, 좋은 녀석이구나."


"사람이 아닌 상대와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먹을 것을 나누는 거니까."


그 말에 소녀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날 보고 전혀 놀라지 않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넌 역시 특이한 수컷이야."


"호로라고 불러도 될까?"


"이름을 가르쳐 줬다는 건 불러도 된다는 소리야."


"그럼, 호로. 여행자라면 누구나 도움을 주고받아. 넌 날 처음 보고 웃어줬잖아? 그러니까 나도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한 거야. 단지, 그것 뿐."


"흐응."


소녀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왠지 기쁜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소년에게 물었다.


"내가 널 잡아먹는다고 해도?"


소녀의 경험상, 아무리 예쁜 얼굴이라도, 대게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면 겁을 내거나 경계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어린 인간 수컷이라면, 하지만 이 소년은 좀 곤란한 미소를 짓는 것이 전부였다.


"나보다는 꿀과자를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아마 나를 공격한다면 나를 먹기보단 꿀과자를 빼앗아가지 않을까?"


"큭."


정확히 약점을 찔린 소녀는 분한 듯 볼을 부풀렸다.


"귀와 꼬리를 보니, 호로는 늑대인 거야?"


"보는 눈이 있는걸. 나는 요이츠의 현랑, 호로야!"


아직 조금은 분했지만 소녀, 아니 호로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며 그렇게 대답했다. 소년은 그 모습을 진지하게 바라보다가 자세를 바로하고는 호로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난 진. 여행자야. 이 세상 전부를 돌아보고 싶어서 여행을 시작했어. 저 먼 남쪽바다의 섬들부터, 북쪽의 얼어붙은 산맥까지 전부. 즐거운 일만큼이나 힘든 일도 많지만, 한 번도 여행을 시작한 걸 후회하진 않았어."


이것이 소년의 정식 인사인 것이리라. 호로는 점점 더 진이란 소년이 마음에 들었다. 태연하게 자신을 대하는 태도나, 서슴없이 비싼 꿀과자를 권하는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것이나 모두.


"그럼 지금은 달리 목적지가 없는 거야?"


"일단은 뤼빈하이겐으로 가려고. 그리고 더 북쪽으로 가볼 생각이야. 네 고향이라는 요이츠라는 곳 너머 사람이 살지 않는 곳까지."


요이츠라는 말에 호로는 몸을 움찔했다. 자신은 고향을 떠났다. 그리고 길을 따라 무작정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정해진 목적지가 없다는 것은 똑같지만, 방향은 진과는 정반대였다.


"그래..."


모처럼 마음에 드는 인간을 만났지만, 곧 헤어져야 할 것 같았다. 자신은 남쪽으로, 진은 북쪽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지만, 이렇게 특이하고 또 이렇게 마음에 드는 인간은 그리 짧지 않은 여행을 시작하고서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았다.


소년은 시무룩해진 호로의 얼굴을 보더니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언덕 위로 정적이 흘렀다.


소년은 나무등치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고, 호로는 턱을 무릎에 괴고 언덕 아래로 펼쳐진 초원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 때, 소년이 나직하게 물었다.


"호로는 왜 고향을 떠나게 되었어?"


"난..."


많은 동료들. 오랜 시간을 즐겁게 살았던 요이츠. 눈 내리는 북쪽산맥이 보이는 작은 마을... 하지만.


"힘들면 말하지 않아도 돼. 다만, 꼭 떠나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던 거지?"


"...응."


호로는 머리위로 뭔가 닿자 움찔거렸지만 곧 그것이 진의 손이라는 것을 알고 진을 바라보았다. 진은 아주 부드럽게, 호로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마치 조금이라도 세게 만지면 깨어질 것 같은 유리잔을 쓰다듬는 듯이. 평소의 호로라면 그 손을 쳐내며 화를 냈을 것이다. 누가 현랑의 머리를 쓰다듬는단 말인가! 하지만, 진이라는 소년의 손길은 동정이라기보다는 따뜻한 위로에 가까웠다. 마치 동료 늑대들이 다가와 몸을 부비고 체온을 나누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정말 이상하다. 방금 처음 만난 어린 인간 수컷인데, 어째서 이렇게 그리운 느낌이 나는 걸까. 호로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괜찮다면 네 여행, 내가 같이 다닐 수 있도록 허락해 주지 않겠어?"


"에? 하지만 난 북쪽으로는 가지 않아."


"딱히 목적지가 있었던 게 아냐. 그저 길을 따라 가다보니 그게 북쪽이었던 거지. 방향을 제시해줄 동료가 있다면, 그 길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진은 호로의 개암빛 눈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어째서? 어째서 처음 보는 이 어린 수컷의 말에 이렇게 흔들리는 거지? 호로는 애써 고개를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


"위로라면 필요 없어! 난 긍지 높은 현랑, 호로야. 지금은 비록 이런 여자애 모습이지만, 진짜 내 모습은 넌 상상도 할 수 없을걸!"


"네가 약하다는 게 아냐. 하지만 누구라도 홀로 있으면 외로운걸. 인간에 비해 한없이 긴 세월을 지새는 존재라도, 그렇기에 더 외로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


강하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호로가 뼈져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애써 강한 모습을 드러내지만 마음 한구석은 언제나 쓸쓸하다. 사실 그 마음은 여행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고향을 등진 상황이라면 그 심정이 더 심하다. 하지만, 이럴 리 없다. 어리고 힘없어 보이는 어린 인간 수컷이, 이렇게나 상황에 딱 맞게 나를 위로해 줄 리가 없는 것이다. 그걸 수백 년이나 살아온 자신이 따뜻하게 느낄 리가 없다. 설마 자신과 같은 부류인가? 인간의 모습으로 분하고 있는 또 다른 생명체가 아닐까? 하지만 호로의 예민한 코나 귀로도 진은 어린 인간 그 자체였다. 틀리게 볼 리가 없다. 하지만 호로 특유의 고집은 그 판단에도 쉽게 꺾이지 않았다.


"너, 누구야?"


"진. 여행자."


"거짓말!"


"정말이야.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어."


"으..."


"마음 상하게 했다면 미안해. 그렇게 싫으면 너무 화내지 마. 그저 내가 무리하게 부탁한 것뿐인걸. 정말 미안해."


진은 진지할 정도로 정중하게 사과했다. 호로는 더 이상 거절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서 거절하면 정말로 이 진이란 소년과는 헤어지게 된다. 터무니없이 짧은 만남과 대화였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이 어린 인간 소년과 함께하고 싶어졌다. 그게 자신의 본심이었다. 그걸 얄미울 정도로 딱 맞게 이 소년이 알아차렸다고 해서, 더 이상 화낸다면 정말로 현랑의 자격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 딱히 싫다는 건 아냐. 다만... 나는 그렇게 쉽게 외로움을 타지 않아. 착각하지 말라고, 꼬마 인간 진! 네가 원해서 부탁한 거잖아?"


"물론이야."


소년, 진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까진 왠지 울음이 나올 것 같았는데, 이젠 괜찮았다. 마음 한구석에 머물던 쓸쓸함이 어느 사이엔가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그렇게 늑대와 소년은 길동무가 되었다.


***

  자칭 현랑(賢浪), 타칭 식랑(食狼)인 귀염둥이 먹보늑대 호로의 팬픽입니다~

by chobomage | 2009/10/09 19:59 | ◆PUB◆ 자작소설방 | 트랙백 | 덧글(2)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